단한줄도 읽기싫은것.

클래식을 듣는다.
와인은 알아야 먹는게 아니라. 그냥 맛있으면 먹는다.와 비슷한 일맥으로, 클래식은 일단. 들리면 들어보자.의 마인드로 시작된 클래식 청취. 이게 땡긴다는건 머리가. 좀. 아프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나의 두통의 이유는 시시각각 바뀌지만 이즈음에는 한가지 '단한줄도 너에대한건 읽기 싫어' 쯤이 되련가. 여기서 '너'는 나를 칭하기도 너를 칭하기도 한다.

1. 나.
은희언니는 종종 '이 삶에. 기대할게 있어?' 라고 말했다. 기다란 손가락 사이에 담배를 끼고 오랜침묵을 깨고 뱉어냈던 그 한마디에 스물둘셋의 나는 '아. 너무 멋있잖아.'를 연발했고 서른의 나는 살면살수록. 삶에대한 기대는 나를 지치게 할 뿐이군.이라는 생각을 한다. 도대체 나는 삶에, 무엇을 기대하는 거였을까. 어떤 기대가 나를 이토록 때때로 처참하리만큼 초라하게 만드는 것일까. 새삼. 이 '기대'라는 단어를 조명한다. 예를들어보자. 오늘 읽어야하는 논문이 10편있다. 아침부터 논문을 맹열히 읽기 시작하며 생각하겠지. '오늘안에 다 읽어야해. 할수있어.'. 수업이 미팅이 회의가 있었을수 있겠다. 그리고 논문 10편을 읽지못하는 사태 발생. 잠을 잤던 못잤던 그다음날 아침 출근길은 분명. 괴롭다. 이건 과연 내가 논문 10편을 읽지못했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스스로에 대한 기대에 스스로가 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었을까? 내가 기대를 했건 말았건 어짜피 못읽을 10편이었으면, 기대는 힘만빠지게 할뿐. 그것의 긍정적인 작용은 무엇이 있는가?

이유없는 기대로. 나를 그것에 가두고. 그리고 그것으로 초라해지고. 하여 스스로에게 합리화를 구하는 이것. 이런거라면 EJ. 너에관한건 읽어주지 않을테다. 라는 생각.

2. 너.
도저히 놓을수 없는 관계가 있었다. 서로에게 공들였던 시간들이 너무 절절해서. 그래서 삐걱삐걱 어떻게든 돌아가던 관계가 있었다. 둘다 노력했음을. 부정하진 않겠다. 그 삐걱삐걱 돌아가던 톱니는 결국엔 멈춘다. 이유는 톱니날이 다 닳아 없어져버렸달까. 그리고 나는 생각한다. '단 한줄도. 너에관한건. 읽지않아. 이제'

포기하는순간이 게임종료라고 안감독이 그토록 말했지만. 나는 이제 고통을 감내하고 주어진 것을 해치우면 밝은 내일이 온다.식의 '새마을운동'같은 인생론은 이제 그만.이라고 선언한다. 이것이 무엇으로 대체되어질지는 관찰해봐야하겠지만.

* 블로그에 이딴 우울글이나 끄적이다니. 하며 급반성中.

by scigirl | 2009/10/21 23:06 | 너와 나의 이야기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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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Sengoku at 2009/10/22 15:49
scigirl님의, 글은 읽을 때마다 출판된 책을 읽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어떻게, 하면 이렇게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것인가요?
Commented by scigirl at 2009/10/23 00:04
하하 이런 격한칭찬에는 늘 몸둘바를 모르겠네요. 잘지내시죠?
Commented by Sengoku at 2009/10/23 14:41
예, 잘 지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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