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이라네요.

"수능때 되니까 역시나 많이 춥다" 라고 전화기 저편에서 엄마가 하는 말을 듣고선. 아. 11월 이구나. 수능. 이라는 생각을 했다. 딱 10년이 되었구나. 하는 생각도 함께. 수능이 눈앞에 있던 그즈음에는 세상에 이만큼 두터운 벽이 있을까. 이 벽이 진정 문으로 변해줄까. 나는 이벽을 뚫고 나아갈수는 진정있는걸까. 아, 세상이 수능전에 끝나면 좋을라나. 등등의 오만가지 생각을 아주 골똘히 했던것도 같은데 말이다. 하하. 진리대로 시간은 반드시 흐른다. 그때로부터 훌쩍. 정말로 훌쩍. 10년이 흘러 지금이 되어있는것과 같이.

그이후에도 거치지 않고서는 나아갈수 없는 관문으로 가득차있었지만. 사실 스무살즈음엔 그런 앞으로의 관문따위.생각할 겨를도 필요도 없었던게 사실이다. 그렇게 지금 수능을 보려고 하는 수많은 청춘들은 생에 가장 큰 간절함을 마주하고 있겠지. 내가 그랬던것 처럼. 생각했던것 만큼 볼수도 더 잘볼수도 더 못볼수도 있을것이다. 누군가는 환호를 누군가는 실패의 눈물을 흘리게 되어있는것도 이 잔인한 단판승부에는 필연적인 결과이기도 하겠고. 고작 그 관문에서 십년만큼 멀어진 내가. 그들에게 해줄수 있는이야기 역시 '그때그시절'의 가사와는 크게 다르지 않다. 누구나 지나쳐온 간절함에 대해선 그리 나쁘지않게 추억하게 되는것이니까. 시험을 잘보고 못보고가 수능이라는 제도의 전부이기는 하지만. '시험을 본다'라는 사실자체의 의미 역시 없지는 않은것이라고. 나는 이제서야 담담히 말한다.

내가 좋아했던 <그사세>의 배종옥의 대사중에는 "이 삶이, 그럴만한 가치가있어?" 라는 대사가 있었더랬다. 그대사가 너무 멋져보여서 나는 종종 그대사를 흉내내기도 하는데, 뇌리에 이것이 이리도 각인된것은 아마도 이리 간절한것으로 넘쳐나는 삶에 나역시 종종 지치기 때문이리라. 추측한다. '나도 저렇게 좀 간절한것도 절절한것도 없이 살아보면. 세상이 좀 덜버거워지지 않을까" 라는 생각의 연장선이라는 이야기. 역시 나도 삶의 간절함에 절대로 자유로울수 없기에, 그렇기에 쿨해보이는 어떤것들에 시선이 가는것이라고 어렴풋이 추측한다. 이왕이면 잘. 살아보겠다는 이 다짐들이 필연적으로 불러일으키는 이 간절함. 자유로울수 없다면 머리끝까지 빠져보는것도 나쁘지않다고 나, 지금. 여기에 쓴다. 간절함을 정면으로 마주해본 자 만이 삶의 의미에 대해서 한발자국씩 나아가고 있는것이라는 나의 믿음에 아직도 변함이 없으니. 자, 그 믿음을 엉덩이밑에 깔고. 수능보시는 분들. Good luck.

by scigirl | 2009/11/05 04:47 | 너와 나의 이야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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