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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똥파리 :: 단 한방울의 희망이라도.

(이 글에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워낭소리를 시작으로 이어진 낮술 그리고 똥파리까지. 한국 독립영화가 르네상스를 맞이했다. (비록, 제작환경은 경기침체와 맞물려 더욱 나빠졌을지라도) 하나, 둘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이 주위에 늘어가면서 늘어내는 이야기를 듣고.평론가들의 글을 읽고. 그리고  로테르담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타이거상을 받았다는 소식까지 듣고선. 나는 늘 그렇듯이 이영화가 보고싶을 기다렸다. 그리고 휴가가 시작되고도 한참이 지났을 때 잠이 오지 않았던 어느 새벽 무심히 이 영화를 보려고 의자에 앉았다.  

세상은 엿같고, 핏줄은 더럽게 아프다.

이 엿같은 세상에 더럽게 아픈 핏줄까지 부둥켜안은 양아치 상훈(양익준)은 용역깡패다. 이놈에게 욕하고 저놈을 때리고 아버지를 구타하고. 상훈은 말그대로 그냥 막산다. 그러다 우연히 길거리에서 여고생 연희(김꽃비)를 만나 시비가 붙고 상훈은 연희에게 호기심을 느낀다. 그렇게 시작된 잘 어울리지 않는 그들의 만남에서 영화는 시작하고 끝이난다. 그리고 그때 생긴 치유의 기회. 이것이 영화의 핵심이다.

입에 담기도 부담스러운 욕들이 쉴새없이 쏟아져 나오는 영화의 첫장면부터. (한국말에 이렇게 욕의 종류가 다양했던가) 연희의 웃는얼굴로 마무리되는 마지막까지 나의 볼은 발그레하게 달아올랐다. 가슴저리는 로맨스도 숨이막히는 액션도 없는 이영화를 보는 내내 체온이 왜이렇게 올라갔는지를 묻는다면 나는 '이영화 너무 뜨거워'라고 대답할것이다. (실제로 영화를 보는 도중 나는 감기기운이 있는지를 의심해야했다.) 상훈은 철거되는 집터에 주저앉아 오열하는 아주머니를 무표정하게 바라보다 얼굴에 침을 뱉고, 상훈에게는 유일한 친구나 마찬가지인 만식에게는 욕지거리를 퍼부으며 뜸하다 싶으면 한번씩 아버지가 혼자사는 집에 문을 박차고 들어가 아버지의 배를 걷어찬다. 그런 그를 길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친 연희는 욕하며 툭툭 자신을 건드리는 상훈을 무서워하기는 커녕 같이 욕을 퍼붙고 침을 뱉을만큼 깡이있다. 아마도 상훈이 이런 연희에게 호기심을 느끼는것은 당연했을지도 모르겠다. 누구나 피했을 상훈의 시선과 욕지거리를 받아친사람은 그리 드물지 않았을테니까 말이다. 

영화는 양아치인 상훈과 독기품은 연희를 묘사하기 위해서 많은 장면을 할애했다. 대부분의 장면이 폭언과 폭력으로 점철되는것도 이를 묘사하기 위해서일테다. 하지만 그런 사이사이에는 조카와 장난치고 이혼한 누나에게 돈을 건네고. 자신에게 얻어맞고 길거리에 쓰러진 연희가 일어날때까지 기다리는 상훈의 모습이. 죽어버린 엄마와 강박증에 시달리는 아빠, 삐뚤어져버린 동생에게 시달리면서도 간간히 상훈의 전화를 기다리는 연희의 모습이 있다. 상훈이 연희의 무릎을 베고 쌓여왔던 울음을 토해내는 순간 영화는 뜨거운 마음을 관객에게 건넨다. "이 엿같은 세상에 빌어먹을 운명을 가지고 태어나서. 더러운짓은 다하고 살아온 나에게도 기회가 와줄수 있는것일까?" 라는 상훈의 간절한 마음이 보는이에게 고스란히 전해질 만큼. 

루저도 살수있지 않겠느냐고. 막장인생도 발걸음을 되돌릴수있는 한오라기 희망이 있지 않겠느냐고. 거친 화법을 사용해서 조근조근 이야하기는 이 영화의 마지막은 결국 '그리하여 그들은 정신차리고 잘 살았습니다'가 아니었다. 하여 우리는. 불행은 세습된다.는 무섭고도 슬픈사실을 어쩌면 우리는 다시한번 확인받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감독이 정말로 하고싶었던 이야기는 그 결말을 한꺼풀 아래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 한방울의 희망. 그것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 말이다.

종종 삶에 가지게 되는 희망으로 어깨가 무겁다는 사람들을 만난다. 그것들로 인해 피로하고. 하여 쉬 귀찮아지고. 그래서 이제 그만 대충대충 하고싶다고 말이다. 그런 이들이게 이 영화를 권한다. 여기, 단 한방울의 희망에 목이 마른 사람들이 있다.

+ 향후 행보가 무척이나 궁금해지는 감독을 만나는 것은 영화팬으로써 커다란 기쁨이라 할수있다. 양익준 감독. 화이팅!

by scigirl | 2009/07/22 04:11 | EJ column | 트랙백 | 덧글(0)

[Movie] 쌍화점 :: 멜로의 정점


순제작비만70억 이상. <결혼은 미친짓이다>, <말죽거리 잔혹사> 의 유하감독. 그의 페르소나 조인성. 주진모. 그리고 그들의 과감한 동성애 베드신. 이모조리 이 영화가 크랭크인 하기도 전에 화제가 되었던 이유가 되기에 충분함에는 토를 달 자가 없다. 으레 대규모 투자에 스타감독 스타배우가 투입된 영화들에게 걸어지는 기대. 그리고 그에 따른 실망에 익숙해진 관객들은. 이미 한참전부터 영화를 씹어댔고 나 또한 영화를 사랑하하고 한국영화의 위기를 걱정하는 한 사람으로 관심을 두고 지켜보았다.

고려 말. 공민왕의 개인 호위부대인 건룡위의 수장 홍림.은 왕의 단 하나의 연인이다. 원의 속국으로 원의 공주를 왕후로 맞이한지도 한참 둘 사이에는 아직도 후사가 없고 그것을 빌미로 원의 간섭은 나날이 심해만 진다. 하여 왕은 홍림에게 왕후와의 동침을 명하고 (여기까지는 역사적으로도 사실) 후사를 위해 동침하였던 그들은 사랑에 빠진다. 연인을 아내에게 빼앗긴 왕은 진노하고 그들의 사랑은 비극으로 치닫는다.

유하감독은 알려진대로 시인이다. 그의 영화중 나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결혼은 미친짓이다>, 이 영화에서 극중 두 주인공의 베드신은, 내가 보아온 그 어떤것 보다도 효과적이고 감각적이고 섹시했다. 사랑애서 결코 달달한 것에 초점으로 잡지 않기 때문에 영화 곳곳에 산재하는 사랑의 기쁨은. 그 관계가 궁극적으로 비극을 맞이했을때 쓰라림의 정도를 배가시킨다. 하여 나는 그의 영화가 좋았다. 실제 인생이 쓰던지 달던지간에 그는 단연코 이감정 저감정을 적적히 섞어서 원하는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할 줄 아는 이였기 때문에. 그의 그 능력은 이번 영화에서도 어김없이 발휘되었다고 생각된다. 강도가 높은것으로 유명했던 베드신은 실제로도 눈이 동그랗게 떠질 정도였는데, 좀 길다싶은 러닝타임이 끝이나고 이 씬들이 불필요 했다거나 선정적이었다는 인상은 전혀 주지 못했다. 이 애정신들은 극중의 인물들의 감정을 설명하게 위해서 필수적이었고 이 씬들이 있었기에 이들의 사랑이 더 아름답고 비극적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리라. 

조인성과 주진모. 이름만 대면 다아는 대한민국의 톱스타가 이리 과감한 연기를 해내었다는 것에. 나는 영화를 보는내내 마음으로 박수를 보냈다. 누군가는 영화를 보고 '목숨걸고 연기했음을 알겠더라'라고 했다는데 그말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단순히 베드신만을 두고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유난히 클로즈업이 많이 쓰인 영화의 장면장면에. 주진모의 눈동자의 색에서 눈썹 각도까지 그는 사랑하는 사람을 빼앗긴 한사람의 상처를 진심으로 볼수 있었고, 신인때부터 눈빛이 슬프네? 라고 생각했던 그는 보여줄수 있는건 다 보여 줬구나. 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처절하게 쏟아냈다.

사실 이 영화는 다 알다싶이 신파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는 본인이 영화에서 가장 싫어하는 코드도 신파다. 하지만 내가 이리 칭찬을 쏟아내는 것은. 이 영화는 차라리 신파이려면 이래라.의 코드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여, 아직도 수많은 이야기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랑과 배신.이라는 주제를 이토록 밀도높게 그려내었으니 감히 멜로의 정점.이라고 말한다. 흥행코드를 만들어 내기 위해 전투씬을 비롯해 이곳 저곳에서 알려진 영화들의 장면이나 코드를 가지고 왔음이 자명해도. 이 모든 이야기를 이리도 우아하게 뽑아낸 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post script :: 역사속에서도 강단이 있었다는 황후의 역을 무리없이 소화해 낸 송지효씨는 분명 앞으로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겠다.

by scigirl | 2009/04/06 04:20 | EJ column | 트랙백 | 덧글(0)

[Movie] Young at Heart (로큰롤 인생):: Forever young!!


평균연령 81세. 머리가 하얀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구부정하게 서서 하얀색 남방에 파란바지를 맞춰입고 밥딜런과 롤링스톤즈와 라디오 헤드의 노래를 한다. 그렇다 그들은 로큰롤 함창단 <Young at Heart> 의 단원들이다.

우리는 노인.이라는 단어에 무엇을 연상시키는가? 외로움.병듬.약함죽음. 인류는 그래서 젊음을 찬양해왔고 우리 모두는 나이가 드는것을 아쉬워한다. 나이든 그들은 걸음걸이 조차도 편치않고. 하여 그들이 부르는 노래는 우리가 흔히 듣는 로큰롤,락처럼 힘차지도 박력있지도 않다. 그렇다고해서 그들의 노래에 세월이 묻어있느냐? 단연코 아니라고 할 수 있겠다. 그들의 노래에는 그들의 '이순간을 즐겁게 살겠다'는 의지가 묻어나온다. 우리가 비록 나이가 들었고 하여 싱싱하지 않고. 썩 노래를 잘하지 못하더라도. 숨이 다하는 그날까지 즐겁고야 말겠다는 그들의 의지가 오롯히 묻어나오는 그들의 공연에 관객들이 어찌 같이 흥겨워지지 않을수가 있으며 기립박수를 치지 않을수 있을까.

이 영화는 실제 <Young at Heart> 밴드의 이야기를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1982년 미국 메사추세츠 노스햄튼의 어떤 노인들이 시간도 보낼겸 만든 노래모임이 커져서 밥 실먼을 단장을 맞이하고 유럽투어까지 하는, 유투브에서 공연영상이 난리가 나는 유명밴드코러스로 발돋움했다. 영화는 <Alive and Well>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을 필름에 담았는데 그 과정에서 두명의 단원이 세상을 떠나가고 그리고 나머지 남은 이들은 담담하게 그들의 죽음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이야기한다. '이 공연을 최선을 다해 올리는것을 그들도 바랬을 거예요. 나도 내가 무대에서 공연하다 쓰러지면 나를 끌어내리고 공연을 계속하라고 그렇게 이야기하니까요.'  이 공연을 마지막으로 무대를 떠나는 이도 이야기한다 '난 장례식에 쓸 글까지 미리 다 써 놓았어요. 여러분 슬퍼하지 마세요. 나는 멋진 삶을 살았습니다. 그래서 행복했어요'

의학의 눈부신 발전으로 우리의 수명은 점점 길어질 것이다. (그리고 빌어먹게도 은퇴시기는 점점 빨라지겠지) 그 훗날의 시간을 혹 무기력하게 그저 시간을 죽이며 살아가게 될까봐 두렵지 않은 젊은이들이 있을까? 이영화는 그런 젊음들에게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다. 하여 인생은 육십부터도 아니다. 인생은 즐겁게 살 맘만 있다면 언제나 지금부터 이다. May you stay forever young!

by scigirl | 2009/03/31 13:56 | EJ column | 트랙백 | 덧글(3)

[Movie] 서양골동양과자점 Antique :: 한계를 아는자의 반짝거림

(이 글에는 영화 줄거리에 대한 묘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만화로 드라마로 일본에서 한국에서 이미 인기가 있었던. '꽃보다 예쁜 남자들의 상처극복기'라는 흔하지도 놀라울것도 없는 이야기를 주지훈(꺄악), 김재욱, 유아인, 최지호를 내세워 민규동감독이 크랭크인을 한다는 기사를 접하고는 '오호라. 잘되면 새로운장을 열어젖히겠다만..'이라는 생각을 했었더랬다. 단순하고도 시선을 끌수있는 스토리와 이미 인지도가 있는 어여쁜 배우와의 조합은 모두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지만 그만큼 기대치를 안고가는 위험이 있기 때문이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민규동감독은 훌륭히 해냈다. 이글을 쓰는 본인조차도 허진호를 시작으로 홍상수에서 끝나는 favorite directors 목록을 가지고 있고. 그나마 좀 신나는 영화라고 꼽는게 <삼거리극장>정도의 인디무비인데도 이영화는 러닝타임 내내 나를 웃게만들었다. 왜 웃었냐고? 물론 주지훈의 유니폼간지(작열)와 김재욱의 턱선탓도 있었다만 그것보다도 멜로.코메디.스릴러.뮤지컬.을 끌어다붙이고 다분히 고의로 보이는 엉성한 CG와 그밖에 눈을즐겁게하는 눈부신 케잌들과 세트의 아기자기함. 어느하나 튀는것 없이 하나로 녹아들어있었기 때문이리라.

어릴때 유괴를 당한 아픈기억을 가지고 있는 진혁(주지훈), 고등학교때 진혁에게 무참히 차인 경험을 가지고 있는 마성의 게이 선우(김재욱), 부상으로 촉망받는 복서에서 바닥까지 내려와야했던 기범(유아인), 진혁의 보디가드지만 사실 진혁없이는 아무것도 할수없는 수영(최지호). 이렇게 네사람이 케익가게 'Antique'에서 좌충우돌하며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극복해나가는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는 사실 쉬 무거워질수 있는 소재를 곳곳에 담고있다. (유괴, 성적소수, 부상. 학대당하는 엄마)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유일관적으로 유쾌하고 유머러스 할수 있던데에는 감독의 절제력이 한몫을 한것으로 보여진다. 창작이라는 과정을 거쳐본 사람은 '창작'이라는 것에 불가피하게 따라붙는 '의욕'이라는 녀석의 존재를 알고 있을것이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있어서 이 의욕은 때로는 불필요한 곳까지 집중해서 큰 흐름을 망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허나 민규동감독은 필요치 않은 부분에 과감히 칼을 댔고 그 시도는 성공했다. 빠른 편집과 분할화면등이 도입되는 화려한 화면등도 스토리가 가지는 한계를 먼저 인정하였기에 하나로 온전히 녹아들어 갈 수 있었으리라.

민규동 감독의 전작에서부터 가늠할수 있듯이 그는 감각적인 영상을 내어놓는데 능한 사람이다.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1999년)-김태용&민규동>,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2005년)>) 어쩌면 이런 화려하고도 정신없는 영화를 잘 만들수 있는것이 그만의 능력일지도 모르겠다. 스타일리스트. 이명세 감독의 뒤를 이어가겠구나. 내러티브에 그다지 집중하지도 집착하지 않아도 이사람은 오래오래 즐겁고 반짝거리는 영화를 만들어주겠구나. 하는 생각에 이 글의 마침표를 찍어가는 지금까지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by scigirl | 2009/03/14 17:13 | EJ column | 트랙백 | 덧글(2)

[Movie] 멋진하루 :: My Really Dear Enemy


(이글에는 영화의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왠일이야?" "돈갚아. 꿔간돈 350만원" 로 시작하는 지난연인의 일년만의 재회로 영화는 문을 연다. 일년전 헤어진 연인에게 돈을 받으러오는 희수(전도연)의 구구절절한 사연에 대한 설명도 오전시간에 담배를 피워대며 경마장에 죽치고 있어야하는 병운(하정우)에 대한 설명도 모두 생략한채 말이다. 병운은 만난순간부터 늘 그랬던듯이 뺀질뺀질 의미없는 말들을 뱉어내고 희수는 아마도 누구나 그상황에 그랬을법하게 어처구니가 없다. 끝까지 오늘 돈을 다 받아내겠다는 희수와, 돈 350만원을 받아내기위한, 다시는 만나지 않을것 같았던 둘의 하루동안의 동행은 그리 시작된다.

한줄로도 요약이 가능한 <멋진하루>가 120분의 러닝타임이 지겹지 않을수 있는 이유는 주인공 병운과 희수의 캐릭터다. 다양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지만. 우리주위에 혹은 스스로에게 대입시켜 볼수있는 평범하디 평범한 둘의 캐릭터는 관객을 서서히 사로잡는다. 병운의 되풀이 되는 스페인에 막걸리 집을 내겠다는 말에서 오는 그의 미워할수 없는 대책없음이나. 희수의 미간에 종종 잡히는 주름에서 연상되는 30대 미혼여성의 생활으로부터의 짜증과 피곤등을 감독은 군더더기 설명없이 깔끔하게 잡아낸다. (하루간의 동행이라는 이야기에 맞게 단 한벌의 옷을 입고 등장하는 희수의 스모키화장 마저 그녀의 짜증과 피곤을 잘 표현했다.)

병운은 돈을 받으러다니기 위해 총 일곱명의 여자를 만난다. 한여사라 불리우는 유능한 사업가부터 마트에서 일하는 이혼녀 초등학교 동창까지. 그녀들은 내어놓은 10만원에서 100만원에 해당하는 돈과 그리고 간간히 엿보이는 그녀들의 삶의 모습과 병운과의 관계에서 우리는 일상을 본다. 로맨틱 코메디에서 보이는 멋진집. 멋진남자. 귀여운여자. 그저 즐겁기만 한 연애. 갈등뒤에 준비된 행복. 따위를 누리는 사람은 단 1%도 될까말까라는것. 사실은 삶은 때론 구질구질하며 짜증이나기도 하고. 우리 모두 한데 그리 엉켜 살고 있다는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 세상에는 사랑스러운 사람. 사랑할수밖에 없는 인연.이 있기마련이며 다들 그리 살아나간다는것.

350만원을 거의 다채워서 받아냈던 그들의 하루간의 동행에서 사실은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저 비가 잠깐 왔었고 그리고 차가 견인되었다가 와이퍼가 망가졌던 것 뿐이다. 아마도 그 어떤일이 지치도록 시달렸을 희수의 닫힌 마음속 상처는 지하철에서 병운이 뱉어내는 수다를 들으며 왈칵 눈물을 쏟아내거나 쉼없이 계속되는 병운의 뺀질거림에 결국 웃고마는 변화속에서 서서히 새어나온다. 어쩌면 그녀는 누군가에게 외치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나 사는게 이리 지치고 힘들다고 말이다. 그렇게 그녀는 그날 하루.를 병운과 함께하며 아마도 저밑에 상처를 다독었을게다.

이윤기감독은 2004년 <여자정혜>로 '관계와 상처에서의 감정의 절제'로 많은이들의 마음을 울리며 입봉했다. 그후 <러브토크>, <아주 특별한 손님> 등의 작품에서 비슷한 맥락의 표현방법으로 다양한 인간군상의 상처를 조명해왔다. 마지막 헤어지는 지하철역으로 가는 차안에서 병운은 가방속 마늘즙을 내어놓고 남은돈 이십몇만원에 차용증을 쓴다. 그리고 그들은 그렇게 헤어졌다. 희수와 병운의 눈속에는 내지르고 싶은 어떤말이 가득했겠지만 그것을 그들은 고쳐진 와이퍼와 왔던자리를 한번더 되돌아와 길거리를 헤매는 병운을 잠깐 바라보는 희수의 마지막 미소로 대신했다. 그들이 그때 그렇게 헤어져서. 병운을 바라보는 희수에 얼굴에 걸린것이 눈물이 아니라 미소여서 다행이었다. 연애를 알고 이별을 알고 상처를 아는. 찌질하지만 미성숙하지는 않은 삼십대의 청춘들은 반드시 그리했어야 할테니까. 말이다.

이 영화는 명실공히 2008년 최고의 영화라 외쳐도 무방하다. 칸의 여왕 전도연과 충무로의 불루칩이라는 하정우의 더할것도 뺄것도 없는 군더더기 없는 연기와 이윤기감독의 탄탄한 시나리오에서 비롯된 때론 섬세하고 때론 과감히 생략할수 있는 연출력에 박수를 보낸다. 이런이들이 한국 영화계에 버티고 있는이상. 충무로의 미래는 밝을 수 밖에 없다.

by scigirl | 2009/01/10 03:16 | EJ column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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