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 크로스아이

눈부셨으니까. 아깝지않은 날들.

신촌. 창천교회 옆 끝을 알수없는 어둑한 골목을 들어서면. 크로스아이라는 곳이 있다. 오래되고 낡은 지하 조그만한 곳이지만. 좋아하는 사람들과 부담없이 들어가서. 귀가 터지게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수 있는곳. 신촌에 있었던 7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내가 사랑해마지않던 곳이었다. 성문삼촌은 내가 우리 패거리가 들어서면 곧 문을 닫고 나한테 이만원을 쥐어주면서. 요앞에가서 해물탕이랑 소주 다섯병 사와라. 하곤 했었다. 다들 거나하게 술이 들어가면 평소엔 절대 손댈수없는 그 수많던 LP판을 뒤적거리다가 난 곧 김광석이나 한대수의 음악을 턴터에블에 걸곤 했었던것 같다. 막내라며. 날 무척 이뻐하던 그 삼촌은 곧 가게를 접고 어느 일본여자와 결혼해서 한국을 떠났다고 후에 들었다.

멍하니 운전을 하며 나는 그때 생각을 한거다. 고민이 많다못해 이러다 머리가 터져버릴꺼라고 종종 혼자 중얼거리곤 했던. 그때를 말이다. 크로스아이의 성문삼촌, 몽환의 은희언니를 붙잡고. 빨리 늙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삼촌은 언니는 어떻게 이시간을 보냈냐며 엉엉 울던 나를 바라보며 말없이 담배를 물던 그들의 눈빛을 이제 어쩌면 조금은 알것같다고 말하고 싶은것일수도 있겠다.  세상이 온통 흑보라빛이었던 그때는. 밥을먹다가. 길을가다가도. 눈앞이 뿌옇게 흐려질만큼. 나는 어떤것들이 대해서 치열하게 고민했었다. (이제는 그 고민이 뭐였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지도 않는다)  그리고 겨우 오년이 지난 지금. 나는 그때가 얼마나 눈부셨던 시절이었는지. 그때 내가 얼마나 이뻤었는지에 대한 생각들을 하고선 혼자 미소짓는다.

그시간들을 통해서 나는 아마도 잘 자랐을 것이다. 내가 두려워하던 많은일들은 결국 거의 일어나지 않고선 나는 곧 서른을 맞이한다. 내 고민을 들어주고. 머리쓰다듬어주고. 같이 술마셔주고. 울어준 이들이 없었다면. 어쩌면 난 정말로 삐뚤어졌을지도 모른다.(훗). 나중에 말이지. 내가 더이상 엔지니어로써 머리가 제대로 돌아주지 않을 어떤날이 온다면. 나는 가진돈을 털어서. 신촌 구석에 어느 낡은 건물 지하에 크로스아이같은 술집을 내야겠다. 그리고 그때. 내가 했던것처럼 그런 고민들로 울고있는 아이들의 술잔에 술을 채워줄것이다. 아마 그때는 젊은 그아이들을 진심으로 부러워할지 모르겠다. 나는 벌써. 젊음이. 얼마나 시릴정도로 아름다운것인지를 알기 시작했으니까.

<한대수:: 행복의 나라로>

                          

by scigirl | 2008/11/04 07:20 | 너와 나의 이야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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